캐세이 퍼시픽 승무원 플랫 메이트와의 갈등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나이가 어느 정도 먹은 다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나도 남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본 경험이 없는 건 절대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몇 달이긴 하지만 기숙사 생활도 했었고 군대 시절에는 좁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지내본 적도 있다. 호주에서 생활할 때에도 좁은 방 안에서 둘이서 생활한 기억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한 아파트에서 각자의 방을 가지고 생활하는 경우 크게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그야말로 나와 나이가 비슷한 남자 어른과 거의 반년 가까이 냉전 상태를 유지했다. 시도 때도 없이 싸우고 화를 내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가뜩이나 외국 생활을 해야 하고 외국 회사 생활도 힘든 데다가 비행기를 타면서 체력도 고갈되었는데 플랫 메이트와도 사이가 안 좋다 보니 하루하루가 정말 말 그대로 지옥 같았다. 진심으로 룸메이트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했었다. 룸메이트를 바꾸면 되지 않나 싶지만 당시 외국인 크루가 많지 않았고 남자 크루는 더 없어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여자들의 경우에도 사이가 안 좋으니 룸메이트를 바꿔 달라고 회사에 요청했으나 역시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지금은 회사에서 트레이닝 끝나자마자 집을 구하라고 하지만 내가 다닌 시절에는 무조건 골드 코스트의 아파트에서 2년을 살아야만 했다. 그 전에 미리 나오면 회사에서는 아무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너무하다 싶긴 한데 회사의 정책이니 어쩔 수 없다 싶긴 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마주칠 때마다 스트레스였는데 그래도 서로 말을 아예 안 하거나 무시하거나 그런다기 보다는 불만 사항이 있으면 바로 이야기하고 하면서 막말로 싸우면서 정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싸우다 보니 이 친구의 취향이나 가치관을 나도 어느 정도는 배우게 되었다.
그게 좋다 나쁘다라기 보다는 이 부분을 이 친구는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다 보니 서로 조심하게 되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서로의 입장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친구는 성격이 아주 유하거나 착한 친구는 아니었고 나보다 긴장도가 평소보다 더 높은 상태였다. 지금은 잘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서로 외국에서 직장 생활이 처음인 데다가 일에 있어서도 예민하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칠 수 밖에 없었다.
싸운 요인은 굉장히 사소해서 기억도 안 나는데 이렇게 서로 예민하다 보니 자그마한 일에도 폭발하게 되었고 정말이지 내 평생에 이렇게 많이 싸운 사람은 이 친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너무 싸워서 그런지 서로에 대해 알만큼 알아서 지금은 생각보다 너무 잘 지내고 있다. 부부끼리도 서로 피 터지게 싸운 사람들이 결국에는 잘 사는 반면 의외로 조용하게 서로 무난하게 사는 사람들이 이혼할 확률이 더 높다고 하던데 생각해 보면 싸우면서 그 사람의 진실이 보이고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기에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그러니 입사해서 룸메이트와 살아야 한다면 서로 얼굴 붉힐 일 만들기 싫어서 무시하기 보다는 조금의 갈등이 있고 심지어 싸운다고 하더라도 피하지 말기를 바란다.
어차피 싸워야 알 수 있는 부분도 존재하고 서로 감정만 상하지 않는다면 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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