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캐세이 퍼시픽 승무원 서비스 교육 후기

승무원이었던 남자 2025. 4. 1. 14:02

홍콩 캐세이 퍼시픽 승무원 서비스 트레이닝 교육 후기 

서비스 교육은 안전 교육에 비하면 확실히 기간도 짧고 강도도 낮은 편이다.

 

그렇다고 만만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캐세이 퍼시픽은 트레이닝 자체가 워낙에 힘들기로 유명한 회사 중 하나인데 서비스 트레이닝 중에도 트레이너 판단 하에 계약이 해지되는 일도 있다 보니 공부를 게을리하거나 하면 안 된다. 내가 교육을 받을 시절에는 사실 서비스 교육 기간 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거의 없긴 했는데 요즘은 의사 소통 문제로 인해 해고가 되는 일도 있다고 하니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특히 영어를 잘 못 하는 분들은 트레이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 내 동료들 역시 홍콩 영어 발음이 듣기 힘들다는 불평불만을 당시에도 토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홍콩도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못 했고 우리 나라 사람들도 콩글리시라고 해서 독특한 영어 발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슨 차이가 있나 싶기도 했다. 나는 그보다는 내 성격 자체가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 게 가장 힘들긴 했다. 서비스 언어는 물론 겉으로라도 승객이 왕이라는 태도가 조금 필요한데 나는 서비스 경험도 별로 없고 그런 마인드 자체가 없어서 그런 부분이 조금 힘들었달까. 그래서 혼신의 연기력으로 트레이닝 과정을 커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당시 회사의 모토가 SERVICE STRAIGHT FROM THE HEART 였나 뭔가 였어서 더 진실된 서비스를 표방하기도 했었고 월급은 올려주기 싫지만 승객에게 항상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게 모든 항공사의 기본 캐치 프레이즈 였기에 이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외워야 할 것도 은근히 많고 새롭게 접한 갤리 역시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승객으로 비행기는 많이 타도 승무원들이 일하는 갤리는 가 볼 일이 전혀 없었던 터라 모든 게 다 생소하게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캐세이는 아침 점심 저녁 서비스는 물론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마다 서비스 종류와 메뉴도 천차만별이어서 외워야 할 것도 많고 가는 포트마다 적용되는 세관이나 규정이 달라서 이를 공부하는 데에도 힘들었다. 실제로 서비스 교육을 마치기 전에 시험을 보는데 내 동료들 중에서도 2명이나 시험을 탈락하여 재시험을 보기도 했다. 사실 이게 합격과 탈락의 기준이 따로 있다기 보다는 트레이너 마음대로 가르는 거 같아 보여서 조금 웃기긴 했는데 요즘은 회사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수준 미달의 교육생들이 많아서 많이 탈락시킨다고 하니 내가 훈련을 받을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다들 알겠지만 서비스 교육에서 훈련을 받고 직접 일하러 올라가면 현실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 역시 훈련에 열심히 임했지만 막상 승무원으로 처음 비행기에 타고 올라가서 일했을 당시에 느꼈던 멘붕의 정서를 지금도 잊지 못 하는데 실전과 훈련은 확실히 다르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물론 적응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며 다들 신입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용인해 주는 문화가 있기는 해서 적응하는 거 자체가 그리 어렵진 않았다. 게다가 이 기간에 유니폼 사이즈를 재고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어 보기도 하는데 남자 유니폼은 여자 유니폼과 달리 색깔이 거의 없고 생각보다 더 불편해서 놀란 기억도 있다. 

 

훈련 기간이 너무 힘들고 플랫 메이트와 싸우느라 고되긴 했지만 막상 비해을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았고 즐겁게 비행할 수 있었다. 앞으로 비행 이야기와 비행에서 만난 진상들의 이야기를 한 번 자유롭게 풀어 보려고 한다.